The Void Only He Can Fill
by BelleG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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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개새끼???
이글루스 메인을 뒤지다 "20대 개새끼론"에 대한 논쟁들을 접하게 되었다. 의아하다. 386세대가 그렇게까지 20대에 대해 악의적일 이유가 있을까? 물론, 장하준 교수의 말처럼 어떤 사람들을 20대, 흑인, 여자와 같은 식으로 매우 광범위하게 무리지어 그 성격을 규정지으려는 시도는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스펙에만 신경쓰는 20대'라는 분류가 허구라면, '20대 개새끼를 외치는 386세대' 역시 의미없는 과도한 일반화이기를 바란다.(게다가 가장 악의적인 글을 최근에 쓰신 분은 전통적 의미의 386세대도 아니지 않는가)

난 386세대도 아니고 현재 20대도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토론에 참여할 지분은 별로 없어보이지만, 심정적으로는 영혼없는 세대라는 비판에 대해 격분하는 20대에게 더 마음이 쓰인다. 물론 상상할 수 없이 많은 것을 희생하면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용감히 일어났던 386세대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나는 겁나서 못한다. 그래서 더 존경한다. 그런데, 일부 386세대들이 쓴 글을 읽을 때마다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지는 못할지라도 그들에게 심정적으로나마 동의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설 자리마저 무자비하게 빼앗아버리는 듯한 폭력성에 숨이 막힌다.

사실 386세대가 외치는 사회정의의 구호에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386이 폭력적이라고 느낄 것도 없고 그 비난에 격분할 것도 없다. 그냥 무시하고 스펙쌓으면 되니까.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부채감을 가지고 있고, 어떤 식으로든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부패한 체제를 바꾸려는 실천적 행동 이외에 현재의 체제 내에서는 하는 모든 행위가 죄악'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것은 상대방의 설자리를 없앰으로서 결국 스스로의 입지를 좁히는 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제일로 나쁜 것은 그러한 전략(일부러 구사하는 전략인지는 모르겠으나)이 가장 큰 상처를 주는 것은 그들에게 심정적으로 동의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되돌아보면 내 대학생활도 그랬다. 나도 스펙쌓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고, 절대 안짤리는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것에는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었고, 매일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 읽는 것이 토할 것 같을 때까지 공부했다. 그래서 수석으로 졸업했고, 토익도 만점받았고,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도 했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까지 절박하게 공부했던 것은 갑자기 발병한 희귀병 때문에 3년간 휴학하면서 복학은 커녕 집밖에도 나가지 못할 것 같았던 상태에서 기적적으로 치유를 받아 복학한 것이 너무 꿈만같고 감사하고 황송해서 그랬다. 뇌를 다치는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버지와, 유전적 질병으로 인해 평생 병원을 전전하며 지내야 하는 엄마와 언니를 부양해야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안정적인 직장이 없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내가 견딜 수 없는 인생의 짐을 지고 비틀거리며 세상에 나 혼자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때 당신들 어디에 있다가 모든 사회정의를 대표하는 양 행동하냐고 외치는 것은 너 왜 스펙만 쌓으려하고 내가 뼈저리게 중요하게 느끼는 이 이슈에 동참하여 행동하지 않는거냐고 묻는 것과 같다. 모두 다 나름의 전선에서 투쟁하고 있다. 물론 가장 힘든 투쟁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 문제에 대한 화살을 남에게 돌리지 않고, 아무리 상처받아도 그 상처만큼 되갚지 않고, 서로 사랑하기 위해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것이 그 어떤 투쟁보다 힘들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삶의 무게에 대한 진지한 이해와 존중의 노력 없이 어떻게 현 체제보다 더 나은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투쟁의 목적이 단순히 저편에 있는 권력을 이편으로 이동시키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by BelleGrace | 2009/06/14 21:22 | Diary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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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천지화랑 at 2009/06/14 21:47
이 담론, 보면 볼수록 지금의 30~40대가 가지고 있는 무시무시한 '국가주의(혹은 '사회'주의)'의 망령을 보게 됩니다. 애초에 사람 잘 살자고 하는 게 운동인데, 저 양반들은 그저 운동을 위한 운동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될 때가 많아요.
Commented by BelleGrace at 2009/06/15 00:17
덧글 감사합니다. 천지화랑님의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글도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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